악필을 마주하다

by수박씨

"시를 좋아해?"
"아니요? 짧아서 골랐어요!"
"아~ 그렇지. 내가 뭔 기대를 한 거람? 자, 여기 간식."
"히히. 감사합니다!"

그때 마침,
"띠리리리리—"
종소리가 도서관 안을 가득 메웠다.

아이들은 하나둘 교실로 돌아갔다. 조금 전까지 왁자지껄하던 도서관에 다시 고요가 내려앉는다.
원래 점심시간의 도서관도 조용해야 한다. 바카라을 읽는 곳이니까. 하지만 에너지 넘치는 여중생들의 까르르 웃음소리와 재잘거림은 늘 도서관을 가득 채운다. 서로의 목소리를 이기려는 듯 점점 더 커지는 소리. 그 소리에 익숙해졌는지 나도 함께 아이들과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 별 것 아닌 걸로 웃어내는 에너지가 육아와 생계로 축 쳐진 입꼬리를 다시 올려 주었다.


그래도 사서는 사서니까.
'휴... 바카라 읽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조금 조용히 시켜야겠네.'

라고 다짐한다.


아이들이 떠난 자리를 정리하다가 문득 필사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심심풀이 삼아 몇 줄씩은 적어 내려간 아이들이 제법 있었다.

'이연이는 얼마나 썼으려나?'
괜스레 궁금했다.

비치해 둔 바카라은 김용택 시인이 엮은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였다.

'시 한 편은 다 베껴 갔겠지.'
그런 마음으로 노트를 펼친 순간,

"으악! 이게 대체 무슨 글씨야?"
가까이서 봐도, 멀리서 봐도 알아보기 어려웠다.

한 글자씩 떼어 겨우겨우 짐작해야 할 정도의 글씨가 원고지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그래도 작가의 말부터 읽었네.'
피식 웃음이 났다가, 이내 걱정이 앞섰다.


'저 글씨는... 앞으로 이연이를 위해서라도 꼭 고쳐야겠다. 수행평가는 대체 어떻게 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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