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시선에서>

bySerge Lutens

시간이 참 빠르다. 벌써 내가 뒷방 늙은이가 되어버렸어. 평생 일하던 곳에서 은퇴를 하고 이제 텃밭을 가꾸고 있지. 요즘은 상추와 대파, 양파가 올라오고 있고 얼마 전에는 방울토마토도 맺혔어. 어제는 지난 겨울에 살이 에일 듯이 추운 날씨에 같이 심었던 마늘을 수확했고. 다음에 그 마늘과 지금 키우고 있는 채소들과 같이 고기를 먹으러 왔으면 좋겠구나.


만남과 헤어짐을 여러 번 거듭해왔지만 너를 처음 만난 그 순간은 잊을 수 없어. 너는 그 때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었거든. 너 또한 그 울음소리가 나를 만난 반가움의 표현이었을까? 그렇게 우리는 서로 처음 느껴보는 기분을 교감했어. 너에게 비친 나의 첫 모습은 행복한 사람의 모습이지만, 아빠도 많은 고생을 한 끝에 너를 만나게 되었어. 아니, 이건 아마도 너를 만나기 위한 되게 잘 짜여진 하나의 서사일지도 몰라.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차마 앞에서 말하기는 남사스러워서, 알아주면 좋고 몰라도 돼. 대신 그 마음을 알겠다면 앞에서 귓볼을 문질러봐. 아니면 신발끈을 풀어헤쳐서 묶어줬으면 좋겠네.


신발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여전히 내가 알려준 방법으로 묶고 있더라. 언제였는지 기억도 잘 안 날 정도로 오래된 거 같은데, 운동장에서 알려줬었지. 이렇게 하면 안 풀린다고. 먼저 기본 매듭을 만들어. 이제 왼손으로 잡은 끈으로 고리를 만들어서 오른손으로 잡은 끈을 한바퀴 돌려. 자, 고리가 하나 생기지? 거기로 끈을 빼내서 꽉 묶는거야. 그렇게 너에게 닥쳤던 작은 난관을 내가 도와주기도 했지.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Serge Lute···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서툴고 투박한 감성으로 삶의 의미를 탐구합니다.

4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2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4화<카이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