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글을 써내려가야 할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첫 날의 기억을 천천히 곱씹어보며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장소만 그대로일 뿐, 그동안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내 자리도 바뀌었고, 관심사도 달라졌으며 그대로인 것은 껍데기뿐이지만 같은 계절을 두 번 지나온 결실을 이 글에 녹여내고 싶습니다. 순간에 충실하지 못해서, 아니면 때로는 너무 앞서나가서 가슴에 큰 가시를 품고 사는 날들이 쌓여갔습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나는 왜 이럴까, 어떻게 해야할까 후회하고, 자바카라하고, 고뇌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분노로 물들여진 시간들이 늘어갔습니다. 그래도 붉은 먹구름이 드리워질 때면 얼마 지나지 않아 걷히는 풍경들이 마치 누군가 두 손을 다정하게 내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저는 그 순간들이 기쁘고 보람찼습니다. 그러고 저 또한 기꺼이 밝은 존재가 되자는 그 다짐을 매일같이 입 안에 삼켰습니다. 실수의 빈틈에서 사랑이 흘러가고 있는 걸 확인하면서, 이건 오래 곁에 두고 싶은 감정이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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