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bySerge Lutens

우울은 어쩌면 과거에 오래 발이 묶이고,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너무 자주 당겨오느라, 지금 이 순간에 놓여 있는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보지 못하게 되는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프랑스의 철학자 로랑스 드빌레르는 한동안 깊은 우울의 늪에 빠져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도 평소처럼 방바닥에 누워 하루를 흘려보내고 있었는데, 문득 창밖 건너편 지붕 위에 까마귀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것이다. 까마귀는 아마 전에도 그 자리에 있었을 테지만, 그 날에야 비로소 그것을 보게 된 것이다. 보았다는 말은 단순히 시야에 들어왔다는 뜻이 아니라, 무뎌진 세계 위에 아주 작은 검은 점 하나가 찍히는 일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고, 비슷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해야 할 일을 해내며 사는 동안 우리는 조금씩 하나의 틀 안에서 세상을 해석하는 데 익숙해진다. 남들이 보는 대로 보고, 남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나와 타인의 경계도 조금씩 흐려진다. 그렇게 삶이 자꾸만 편리한 방향으로 정리될수록 이상하게도 마음은 덜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세계가 너무 잘 이해되는 순간, 오히려 아무것도 새롭게 다가오지 않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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