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팔이 아저씨>

bySerge Lutens

얼마 전 혼자 떠난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첫 느낌은 꿈꾸다가 온 기분이다. 밤에 도착해 심야버스를 타고 집에 내려오니 아침이었고 곧바로 짐만 둔 후 출근을 하니 모든 것이 똑같다. 45분 간격으로 오는 버스를 타고자 8시 30분에 집 앞 정류장에서 탄 후 9시까지 출근하는 루틴이 여행 갔다왔다고 달라질 리는 없다. 익숙한 나의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직 정리가 안된 캐리어와 잔뜩 사온 물건들, 지갑 속에 들어있는 다른 언어로 적힌 영수증이 여전히 잔상을 뿜어낸다. 아, 나 오늘 아침에 여행을 마쳤구나.


여행모드가 되면 늘 귀에 꽂고 다니던 에어팟 대신 구글맵을 켠다. 그리고 혹시나 내 소지품이 분실될까 늘 염려하며 주위를 살피느라 신경이 곤두서있다. 눈 앞에 보이는 모습들이 모두 새로워 음미하다보면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니곤 한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로 호의적이다. 하루는 파르페를 먹고 계산하려고 하니 돈이 부족해서 난감했던 적이 있었다. 휴대폰을 가게에 두고 갈테니 호텔방에 가서 돈을 가지고 다시 오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구글맵도 없이 낯선 거리를 헤매었다. 길을 잃겠다는 걱정보다 빨리 갔다가 돌아와야 의심을 안할텐데 하는 걱정부터 앞섰다. 어찌저찌 찾아서 가게로 돌아가 가격을 지불하고 미안한 마음에 팁을 조금 건네었다. 한사코 거절하셔서 드리진 못했으나 이방인으로써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다행히도 그 진심이 느껴졌는지 언어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여행은 마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산바카라로를 거니는 것과 같다. 어디론가 떠난 낯선 곳에서 누군가의 일상이자 공간 속을 한발짝 멀리서 지켜보는 것이다. 특별한 오늘 속에는 여느 날과 다름없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뒤섞여있다. 들떠있는 기분이 계속 유지되도록 하늘 위에서 받쳐주고, 마음에 드는 옷을 사게 만들도록 호객행위를 하고, 주문이 들어오는대로 같은 음식을 일정하게 만들고… 많은 사람들의 특별하지 않은 하루들이 내게 특별한 하루를 선사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Serge Lute···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서툴고 투박한 감성으로 삶의 의미를 탐구합니다.

4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2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