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의 문을 뚫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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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집을 꿈꾸다
01. 내 집이라는 말을 처음 해봤다
“언니, 이제 맘이 좀 편하겠어요.”
전화기 너머로 수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편해졌을까.
집이 생겼으니 이제 정말 괜찮아진 걸까.
“아니야. 아직도 불안해.”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집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 다행이지.”
말을 하고 나니 그제야 실감이 조금 났다.
집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동안 나는 집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번도 제대로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너무 무서운 일은 말로 꺼내는 순간 현실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정말 아찔했다.
하마터면 나앉을 아주 길바닥에 나앉을 뻔 했다.
정말 하루 차이였다.
“난 조상신이 도왔다고 생각해.”
“진짜요?”
“응. 진짜 하루 차이야.”
하루 안에 움직였다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다.
하루만 늦었더라면.
조금만 망설였더라면.
내가 지금 앉아 있는 이 집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결국 눈앞에 나타난 기회를 잡았다.
그게 내 인생에서 얼마나 큰 일이었는지, 그때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그저 살았다.
계속 움직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집을 계약하고 있었다.
“내가 너무 신나게 떠들었지?”
한참을 이야기하고 나서야 내가 웃으며 말했다.
“움직일 기운도 없다 해놓고.”
나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정말 그랬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버거웠고, 어디론가 움직이는 일은 더더욱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집 이야기를 시작하자 입이 멈추지 않았다.
몸은 지쳤는데 입은 너무 신나게 떠들었다.
“언니, 진짜 잘됐어요.”
“그러게. 천운이다. 이건 조상신이 도왔다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그렇게 한참을 웃다가 현실로 돌아왔다.
“그나저나 큰 거 지나가고 또 카드값이 문제다.”
이사하면서 신나게 긁어댄 카드값이 기다리고 있었다.
집을 구했다고 끝난 게 아니었다.
이사를 하면 돈이 나갔다.
가구를 사면 돈이 나갔다.
생활용품을 사도 돈이 나갔다.
필요한 것과 갖고 싶은 것을 구분하기도 전에 카드가 먼저 결제되고 있었다.
“언니, ㅎㅎ 우리 잘 버텨봐요.”
수지가 웃으며 말한다.
“ㅜㅜ 진짜 무섭다.”
“그래도 화이팅.”
무섭다고 엄살 부릴 때가 아니었다.
걱정만 끼칠 수 없으니 진영역시 화이팅을 전했다.
“그래도 너는 일을 하고 있잖아. 빚이 있어도 일을 하고 있다는 게 너무 중요해.”
그 말에 잠시 마음이 멈췄다.
일을 하고 있다는 것.
당장 돈이 많다는 것보다 어쩌면 그것이 더 중요할지도 몰랐다.
“부럽다, 언니 너무 쉬었잖아.”
“진짜 미칠 노릇이다.”
나는 한숨을 쉬다가 웃었다.
“한. 도. 초. 과.”
“ㅎㅎㅎ”
그때 진이가 옆에서 말을 끼어들었다.
“엄마, 한도 초과 풀렸어?”
나는 피식 웃었다.
아이는 내가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알 리 없었다.
게임머니를 충전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엄마 속도 모르고.”
수지가 웃었다.
“진이 너무 귀여워요. 진이 정말 많이 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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