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위선자

나는 왜 그토록 그들을 미워했을까

by서이안

학년부 전체가 두 손 두 발을 다 든 아이가 있었다. 유독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수업 방해가 심해, 그 반 수업에 들어갈 때면 나도 모르게 긴장부터 하곤 했다. 여느 때처럼 위태로운 분위기 속에서 종교 파트를 가르치던 날이었다. 설명을 이어가던 내 눈에 문제의 그 학생 목에 걸린 십자가 목걸이가 반짝거리는 것이 들어왔다.


자신도 교회에 다닌다며 자랑스레 뱉은 교회의 이름은, 공교롭게도 내가 과거에 몸담았던 바로 그 대형 교회였다. 나중에 그곳에 남은 지인을 통해 전해 들은 사실은 내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들었다. 아이는 그 교회 중등부 리더였다. 주일이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각종 발표와 워십을 도맡아 하는 모범적인 아이가, 월요일의 학교에서는 교사의 진을 빼놓고 교실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주동자였다니.


기억의 되짚어보면 이 두 얼굴은 낯설지 않다. 학창 시절 나를 괴롭히던 한 선배 역시, 주일 예배 시간만 되면 화려한 조명 아래서 눈물의 간증을 쏟아내던 고등부 찬양 리더였다. 외모지상주의가 진하게 작동하던 그곳에서, 그는 영락없는 주일의 성자였다.


세상의 빛이 되겠다는 이들이 일터와 교실에서는 왜 가장 무례해지는가. 2023년 한 통계에서 기독교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21%에 불과했던 가장 큰 이유는 ‘말과 행동이 다름’이었다.

심리학의 ‘도덕적 허가 효과(Moral Licensing)’는 이 현상을 적절히 설명한다. 주일에 예배하고 헌금하며 도덕적인 행동을 했다고 믿는 순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일상의 영역에서 이기적으로 행동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스스로에게 발급한다. 교회에서 쌓은 거룩한 마일리지로 타인에게 무례할 권리를 사들이는 셈이다.


그들의 위선에 학을 떼며, 나만의 안전한 무균실을 짓고 스스로를 격리했다. 나는 저 무례하고 얄팍한 사람들과 다르다고. 함부로 상처 주지 않고 깨끗하게 살겠다고 선언하며 굳게 문을 닫아걸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서이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 교사가 되었고, 다정한 교사가 되고 싶어 오늘도 살아냅니다. 교실 속 아이들과의 대화, 우연히 스친 풍경, 바카라과 영화 속 한 문장을 오래 들여다봅니다.

1,361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22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2화박수 소리가 멈춘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