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달래는 중 -에필로그
연재를 시작하던 몇 달 전, 나는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세상은 여전히 소란스러웠지만, 그것은 더 이상 나에게 큰 자극이 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내게는 나를 달랠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우는 아이를 달래듯 목소리를 낮추고,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듯 문장을 이어갔다.
이상한 일이었다.
나를 달래기 위해 시작한 이야기들이 자꾸 내 손을 떠났다가는 누군가를 데리고 돌아왔다. 견뎌보자고 썼던 문장들이 다른 이의 마음을 건드렸고, 때로 그들은 내 아픔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온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들의 서글픈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그들 또한 내 노래를 따라 불렀다. 우리는 함께 노래하고 있었다. 혼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글쓰기란 참 나약한 일이었다.
이미 벌어진 상처를 감쪽같이 없애주지 못했고, 무너진 삶을 단숨에 일으켜 세우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문장에는 힘이 있었다.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붙들어주는 힘. 상처를 덮어 없애는 대신, 그것을 통과해 자기 언어를 찾아가게 하는 힘 말이다.
지난 계절 동안 수많은 장면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나는 동백꽃이 떨어진 자리에서 올라오는 새잎을 보았고,
돌아오지 않던 고양이를 포기하지 않고 기다린 끝에 녀석을 다시 만났다. 물질을 끝내고 뭍으로 올라오는 해녀의 손을 끌어올리던 물마중을 바라보며 위로받았다. 나는 혼자였지만, 결코 혼자인 적은 없었다.
이제 이 연재를 마치려는 지금, 나는 오래전 누군가의 문장에 기대어 울던 날들을 떠올린다. 이제는 나도 누군가 잠시 기대어 쉴 수 있는 문장을 쓰고 싶어진다. 그 문장은 상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단단한 것이다. 마침내 자기 삶을 복원해 내는 문장들이다.
[나를 달래는 기록 / 에필로그]
이미 벌어진 상처는 감쪽같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나를 달래는 중>의 연재를 여기서 마칩니다. 함께 어르고 달래며 건네주었던 다정한 마음들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이 자꾸만 다음 계절 쪽으로 걸어가자고 등을 떠밉니다. 곧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