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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무언가를 생산해내야 한다는 은밀한 강박에 시달리며 산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처럼 금융 앱에 들어가 자투리 이자를 확인하고, 밀린 뉴스를 읽으며 어떻게든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하루를 세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무언가를 성취하고 기록으로 남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촘촘한 일상 속에서, 아무런 목적 없이 흘려보내는 시간은 종종 나태함이나 뒤처짐으로 취급받곤 한다.
하지만 가끔은 작정하고 완벽한 잉여가 되어볼 때가 있다.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덮어두고, 푹신한 곳에 기대어 그저 시간이 흐르는 것을 방관하는 것이다. 무릎 위에 아이패드를 올려둔 채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의미 없는 영상을 넘겨 보고, 굳이 날카롭게 분석하거나 각 잡고 리뷰를 남길 생각 없이 긴 호흡의 옛날 영화 한 편을 그저 멍하니 흘려보낸다. 어떤 생산적인 결론도 도출하지 않는 이 무해하고 쓸모없는 시간. 이상하게도 이 철저한 잉여의 찰나들이 가끔은 삶에서 가장 든든한 위안이 된다.
생각해 보면 우리 삶에 윤기를 더해주는 것들은 대개 실용성이나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다. 거실 한구석에서 조용히 새잎을 틔우는 식물, 목적지 없이 걷는 저녁의 산바카라, 그리고 아무것도 이루어내지 않은 텅 빈 오후 같은 것들 말이다. 나의 모든 시간이 반드시 성과나 숫자로 환산되어야 한다면 인생은 얼마나 숨 막히는 계산판이 될까. 여백이 빽빽하게 메워진 바카라은 읽기 피곤하고 쉼표 없는 악보는 연주할 수 없듯이, 우리 삶에도 억지로라도 끼워 넣어야 할 '잉여의 빈칸'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 공간에서 온전히 나의 의지로 선택한 잉여로움은 결코 도태가 아니다. 그것은 쉼 없이 돌아가는 세상의 톱니바퀴에서 잠시 발을 빼고, 나라는 사람의 팽팽해진 태엽을 느슨하게 풀어두는 가장 적극적인 쉼이다. 무용한 것들에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유용한 것들을 해낼 동력조차 금세 메말라버리고 만다.
그러니 오늘 하루쯤은 아무런 목적 없이 시간을 낭비했다고 해서 스스로를 닦달할 필요가 없다. 쓸모없음이 주는 묘한 해방감, 그 달콤한 잉여의 즐거움을 죄바카라감 없이 누려보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효율과 갓생만을 부르짖는 이 팍팍한 시대에서, 내 삶의 주도권을 다치지 않게 지켜내는 가장 우아하고 은밀한 방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