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이되 쓸쓸하지 않도록

by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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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가정을 이루지 않는 비혼의 삶을 걷다 보면, 마음속에 굳은살처럼 배여 있는 기본값이 있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는다'는 서늘하고도 명징한 명제다. 독립. 다른 것에 의지하지 않고 홀로 선다는 것의 의미를 나는 매일의 일상 속에서 온몸으로 체감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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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돌아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내팽개쳐진 캐리어 안의 빨래들은 내가 세탁기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물고, 지독한 감기몸살에 걸려도 스스로 겉옷을 챙겨 입고 병원 문을 열지 않으면 누구도 내 손에 약봉지를 쥐여주지 않는다. 나는 태생적으로 강인하고 독립적인 투사여서가 아니라, 그저 1인분의 삶을 온전히 바카라임져야 하는 생존의 감각 덕분에 뒤늦게 독립적인 성향으로 진화한 케이스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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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안다. 원래 인생은 지독하게 외로운 독고다이라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누구보다 즐기는 나조차도 가끔은 근원적인 고독에 발이 푹 빠지는 순간들이 있다. 늦은 밤 갑자기 화장실 전구가 나갔을 때, 혼자서는 도저히 먹어치울 수 없는 양의 식재료를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할 때. 혹은 그저 아무 이유 없이 밤공기가 서늘하게 뼈마디를 스치는 날이면, 꽤 오래 고독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남몰래 콧물을 훌쩍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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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기대어 살아가는 삶 역시 그 나름의 고달픔을 동반한다는 것을 안다. 내 의지대로 통제할 수 없는 타인의 감정과 숱한 관계들에 얽혀 내 삶의 궤도가 끊임없이 흔들리는 피로감을 생각하면, 오롯이 나 하나만 건사하고 보살피는 이 1인분의 삶은 꽤 훌륭하고 깔끔한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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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나는 앞으로도 꼿꼿한 독립의 삶을 지향하되, 섣불리 쓸쓸함의 늪에 깊이 빠지지는 않기로 한다. 고독이라는 단어에 짓눌리기보다는, 치밀하게 스스로의 미래를 기획하고 나만의 단단한 속도로 하루를 통제하며 내 삶을 지켜내는 당당한 여성을 상상하면서. 비록 가끔은 서글플지라도 끝내 주도권을 쥐고 나아가는 삶. 그것이 내가 선택한, 결코 쓸쓸하지만은 않은 주체적인 독립의 모양이라 가만히 다독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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