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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영상을 볼 때면 화면 오른쪽을 두 번 톡톡 두드려 쉽게 10초를 건너뛰곤 한다. 지루한 서론이나 불필요한 과정은 가볍게 생략해 버리는 쾌속의 시대.
하지만 현실의 시간 앞에서는 이런 얄팍한 요령이 전혀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세상에는 억지로 건너뛰려 해봤자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만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고집스러운 순서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새로 산 물건에 붙은 스티커를 뗄 때가 그렇다. 손톱 끝으로 가장자리를 살살 밀어내며 아주 천천히 뜯어내야 깔끔하게 떨어지는데, 그 잠깐의 호흡을 참지 못해 확 잡아채면 여지없이 지저분하고 찐득한 자국이 남고 만다. 엉킨 얇은 목걸이 줄을 풀 때도 마음이 급해 양쪽으로 훅 잡아당기면 매듭은 풀리기는커녕 도리어 더 작고 단단하게 뭉쳐버린다.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고유의 순서와 속도를 무시한 대가다.
감정과 관계의 영역으로 넘어오면 이 순서는 더욱 엄격해진다. 우리는 종종 상처를 받자마자 곧바로 '괜찮아진 상태'로 직행하고 싶어 한다. 분노하고 슬퍼하며 바닥을 치는 그 지난하고 찌질한 과정을 건너뛴 채, 쿨하게 훌훌 털어버린 어른의 모습만 취하고 싶은 것이다. 누군가와 가까워질 때도 어색하게 겉도는 쭈뼛거림의 시간을 생략하고 곧바로 편안한 사이가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마음에 억지로 지름길을 내려고 하면 반드시 어딘가에서 탈이 난다. 슬픔을 충분히 앓아내지 않고 억지로 끌어올린 긍정은 작은 바람에도 쉽게 무너지고, 어색함의 시간 없이 급하게 당겨 쓴 친밀함은 사소한 오해 앞에서도 모래성처럼 바스러진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으려면 땅이 흠뻑 젖는 시간과 물기가 서서히 마르는 시간이 차례로 필요하듯, 우리의 마음에도 반드시 차근차근 밟고 지나가야 할 정직한 계단들이 있는 법이다.
효율과 속도가 최고의 미덕인 세상에서, 이 보이지 않는 순서를 묵묵히 지켜내는 일은 때로 답답하고 미련해 보일지 모른다. 남들은 요령껏 쌩쌩 앞서가는 것 같은데, 나만 바보처럼 정체 구간에 갇혀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과정을 듬성듬성 생략하고 얻어낸 가짜 결과물은 결국 그 건너뛴 빈칸의 크기만큼 나중에 언젠가는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마음처럼 풀리지 않는 상황 앞에서 불쑥 조급함이 밀려온다면 잠시 숨을 고르고 멈춰 설 일이다. 혹시 내가 지금 억지로 스티커를 떼어내려다 지저분한 자국을 남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얽힌 매듭을 더 단단하게 조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말이다.
조금 더디더라도 나에게 주어진 그 뻔하고 정직한 순서들을 묵묵히 밟아나갈 때, 비로소 우리의 일상은 억지스럽지 않은 본연의 단단함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