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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가심’이라는 낯설고도 예쁜 우리말이 있다. 적은 양의 음식으로 입가심을 하거나 시장기를 겨우 면하는 일을 뜻한다. 허기진 배를 가득 채우는 융숭한 대접이나 미각을 사로잡는 화려한 만찬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혀끝에 남은 텁텁함을 씻어내거나, 당장의 헛헛한 속을 가만히 달래주는 작고 소박한 한 입 거리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삶에도 이런 볼가심의 순간들이 절실하다. 매일같이 거창한 행복이나 짜릿한 성취로 하루를 가득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떤 날은 유독 일상이 까끌까끌한 모래알처럼 씹히고, 또 어떤 날은 알 수 없는 무기력함에 마음의 허기가 불쑥 찾아온다. 그럴 때 우리를 버티게 하는 건 대단한 위로나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입안의 쓴맛을 조용히 헹구어내는 나만의 작은 찰나들이다.
어느 날 문득 찾아간 갤러리에서 묵묵히 걸려 있는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며 세상의 속도를 잠시 잊는 고요한 시간. 혹은 마음이 소란한 날, 조용한 카페 구석 자리에 앉아 두 손으로 감싸 쥐는 따뜻한 라떼 한 잔 같은 것들 말이다. 촘촘하고 부드러운 우유 거품이 입술에 닿는 그 짧은 온기는 결코 내 삶의 근본적인 고민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방금 전까지 나를 괴롭히던 현실의 텁텁함을 씻어내고, 다시 남은 하루를 기꺼이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의 미각을 말끔하게 정돈해 준다.
우리는 늘 완벽한 해갈과 거대한 포만감을 좇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영혼이 굳어버리지 않고 이 팍팍한 일상을 견뎌내게 하는 진짜 힘은, 삶의 틈바구니에서 틈틈이 꺼내어 먹는 이 무해하고 작은 볼가심의 순간들에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 삶이 유독 맵고 쓰게 느껴진다면 서둘러 나를 위한 다정한 볼가심 하나를 찾아 내어주어도 좋겠다. 대단할 것 없는 그 조그만 한 모금이, 바짝 메말랐던 마음을 가만히 적셔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