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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아침형 인간이라 말할 수 있는 나는 아침의 루틴에 꽤 의미를 두는 편이다. 끈기와 의지가 강하지도 않으면서 자기만족의 기준은 높은 나. 그래서 하루를 만족스럽게 보냈다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자려고 누웠을 때 어김없이 밀려드는 허탈함과 자괴감에 휩싸이고 만다.
그래서 차라리 하루의 시작부터 마치 미션 수행처럼 '스스로 뿌듯해할 만한 일 몇 가지'를 해치우기로 했다. 적어도 그날의 평점이 평균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도록 미리 세팅을 해두는 것이다. 이미 이 정도의 조각들은 맞추어 두었으니 오늘 하루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일종의 다정한 자기합리화다.
그렇다고 대단한 일들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일어나자마자 따뜻한 물 마시기, 온에어로 경제 뉴스를 들으며 세수하기, 음악을 들으며 10분이라도 걷기, 마구잡이 병렬 독서일지라도 손에 잡히는 바카라을 15분 이상 읽기. 여기에 휴대폰 속 각종 금융 앱의 매일 미션들을 기계적으로 수행하며 작고 소박한 성취의 마일리지를 쌓고, 여유가 있다면 딱 2분 정도 나를 으쓱하게 만들어주는 외국어 학습 앱 한 챕터를 끝낸다.
아침에 일어나 딱 이만큼의 루틴을 해치우고 나면 체감상 이미 하루의 절반 이상은 살아낸 기분이 든다. 오랜 시간을 투자한 거창한 일은 아니지만, 작은 성취의 챌린지를 연이어 통과한 자만의 여유가 장착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옅은 여유는 고단한 일상과 남은 하루의 시간들을 견뎌낼 든든한 연료가 되어준다.
누군가는 아침을 시작하며 거창한 꿈을 품고, 누군가는 또다시 살아내야 할 삶의 무게에 허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어떤 하루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 모를지라도, 매일 아침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내가 예측할 수 없는 하루의 영역에서, 오직 나의 의지와 노력으로 깎아 만든 이 아침의 조각들이 결국 나의 하루를, 나아가 나의 인생을 좀 더 단단하게 지탱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