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전야

by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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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전날 밤을 떠올릴 때 우리는 흔히 고향으로 향하는 정체된 도로나 가득 쌓인 전 냄새, 혹은 그리운 가족들과의 재회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추석 전야는 그 거창한 민족 대이동의 웅성거림 한가운데가 아니라, 그 모든 소란으로부터 아주 살짝 비켜서 있는 정적의 시간이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짐을 싸고 어디론가 떠나는 저녁, 도심의 거리는 이상할 만큼 한산해진다. 늘 빽빽하게 차 있던 주차장에 빈 자리가 늘어가고, 자주 가던 동네 카페가 일찍 문을 닫는 풍경을 바라볼 때 비로소 '아, 내일부터 명절이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 세상의 시계가 잠시 멈춰 서는 듯한 그 아늑한 고요함이야말로 추석 전야가 가진 진짜 얼굴일지도 모른다.


어릴 적의 추석 전야가 꼭 무언가를 시작해야만 할 것 같은 들뜸이었다면, 지금의 추석 전야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대한 허락처럼 느껴진다. 며칠간 메신저 알림이 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 늦잠을 자도 죄바카라감이 들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 그리고 모두가 각자의 온도를 찾아 떠나버린 텅 빈 도시가 주는 묘한 자유로움.


둥근 달이 떠오르기 직전의 이 밤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의 격식이나 친척들의 안부 인사보다 먼저 '나 자신'과 마주하게 만든다. 고향으로 가는 차 안이든, 홀로 남아 불을 켜둔 방 안이든, 혹은 익숙한 밤거리를 거니는 길 위든 상관없다. 쉼 없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일상의 긴장감을 내려놓고, 텅 빈 여백 속에서 긴 숨을 내쉬는 것.


어쩌면 추석 전야가 우리에게 선물하는 가장 다정한 순간은, 풍성한 한가위 당일보다 바로 이 멈춤과 여백의 찰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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