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목현상

by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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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를 달리다 보면 뚜렷한 이유도 없이 차들이 거북이걸음을 하는 구간을 마주하곤 한다. 사고가 난 것도, 공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막히던 길은 병목 구간을 지나자마자 거짓말처럼 다시 뻥 뚫린다. 병의 목처럼 좁아진 구간 하나가 도로 전체의 흐름을 쥐고 흔드는 병목현상. 물리학이나 경제학에서나 쓰일 법한 이 단어는, 실은 우리의 일상과 마음속에서도 끊임없이 일어난다.



생각해 보면 삶의 수많은 답답함도 대개 이 병목에서 비롯된다. 하고 싶은 일은 머릿속에 넘쳐나고 해야 할 작업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정작 몸과 시간이라는 병의 목은 터무니없이 좁다. 마음의 속도와 현실의 처리 속도가 어긋날 때 우리는 조급해지고, 병목 구간에 갇힌 운전자처럼 경적을 울리며 스스로를 볶아대기 일쑤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나 감정 역시 다르지 않다. 안에서 일렁이는 고마움이나 미안함, 혹은 쏟아내고 싶은 솔직한 마음은 태산 같은데, 그것을 밖으로 꺼내어 전달하는 표현이라는 입구는 언제나 비좁다. 머뭇거림과 망설임이 입구를 막아서면 감정은 안에서 표류하고, 결국 전달되지 못한 마음들은 병목 뒤에 길게 늘어선 차들처럼 서서히 지쳐간다.



하지만 병목현상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병의 목이 좁은 덕분에 내용물이 한꺼번에 왈칵 쏟아지지 않고 알맞은 양으로 흘러나올 수 있듯이, 우리 삶의 제약 역시 어쩌면 과부하를 막아주는 고마운 안전장치일지 모른다. 모든 생각과 욕망이 제약 없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면 우리는 아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깊은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지체되는 흐름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병의 목을 억지로 넓히려 애쓰다 깨뜨리기보다는, 병목을 통과하는 그 느린 속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지연되고 머무르는 시간 또한 결국은 흘러가는 과정의 일부일 뿐이니까.

답답하게 꼬여 있던 길을 지나고 나면 마침내 시원하게 달릴 순간이 찾아오듯, 지금의 정체 역시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숨 고르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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