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프로필

by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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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속 내 프로필은 아무런 표정이 없다.

기본으로 설정된 옅은 색 실루엣 하나가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계절이 바뀌고, 새로운 공간을 걷고, 마음을 울리는 영화 한 편을 보아도 내 프로필 창은 좀처럼 미동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조금 삭막하다 여길지도 모를 이 텅 빈 동그라미가 나는 퍽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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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나는 이 작은 동그라미를 마음의 쇼윈도처럼 썼다. 일상에 아주 작은 파문만 일어도 어김없이 사진을 바꾸고 상태 메시지를 고쳐 썼다. 마음이 가라앉는 날에는 채도 낮은 풍경 사진을 걸어두었고, 누군가에게 서운한 감정이 들 때면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들을 의미심장한 텍스트로 포장해 올려두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꽤나 투명한 어리광이었다. 누군가 바뀐 프로필을 보고 내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봐 주기를, 기꺼이 내 감정의 주파수에 맞추어 다정하게 노크해 주기를 바라는 서툰 구조 신호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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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모든 부산스러움이 불현듯 무의미하게 다가왔다. 타인의 시선에 기대어 내 감정을 위로받으려는 일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았다. 바뀐 프로필을 기민하게 알아채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었고, 설령 누군가 다정하게 안부를 물어온다 한들 내 안의 일렁임이 그 몇 마디 위로로 온전히 잠재워지는 것도 아니었다. 진짜 복잡한 감정은 네모난 액자 속에 납작하게 전시될 수 없다는 걸, 내 마음의 무게는 결국 나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부터 나는 그 작은 쇼윈도의 불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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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더 이상 프로필을 바꾸지 않는다.

아무 사진도 걸려 있지 않은 기본 프로필은 더 이상 타인에게 내 상태를 증명하거나 설명하지 않겠다는 조용한 선언이다. 슬픔이 찾아오면 굳이 남에게 들키려 애쓰는 대신 홀로 그 시간을 통과하고, 잔잔한 기쁨이 생기면 그것을 나만의 서랍장 속에 소중히 간직할 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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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나에게 가장 솔직해지는 역설. 남들을 향해 켜두었던 신호등을 끄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내 마음의 진짜 안부를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게 되었다. 아무런 장식도, 덧붙인 말도 없는 이 단조롭고 고요한 여백이 나는 참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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