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걷고 싶은 날

by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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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사주 오행을 분석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자신에게 넘치는 오행과 부족한 오행은 무엇인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오행 중 목의 기운이 가장 많으며, 토의 기운은 반대로 하나도 갖고 있지 않은 사주를 지녔다. 그래서일까.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에는 흥미가 많으나, 정작 깊이 무언가를 뚝심있게 뿌리내리는 것에는 취약한 편이다. 그런 걸 보면 정말 사주는 과학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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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나도 모르게 무심코 행해왔던. 나에게 충분한 오행의 기운은 더 북돋우며, 부족한 오행의 기운은 충전할 수 있는 행위 중의 하나가 산바카라인 것 같다. 더 구체적으로 묘사하자면, 나무나 풀이 가득한 공원 같은 곳에서 포장된 인도가 아닌 잔디나 흙으로 된 길 위를 땅의 기운을 느끼며 걷는 것이다.

사실 사주고, 오행이고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는 그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피해주지도 않으며 홀로 이어폰을 귀에 꾸욱 꽂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그야말로 나의 성정에 최적화 된 취미였기에 즐겼을 뿐이었다.

딱히 복잡한 사고 과정이 필요하지 않지만 그나마 미약한 육체의 움직임이 고여있는 사고의 골짜기를 비워내는 데에 도움을 주는 기분이 든달까. 특히 밤산바카라을 더욱 선호했는데, 사람이 없는 곳을 걸으면서 혼자 노래를 흥얼거릴 수도 있고, 몰래 눈물 콧물을 흘리며 쿨쩍거려도 들키지 않을 수 있음이 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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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걷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도, 현생에 치이고 휩쓸려 그 단순한 걷는 행위조차 큰 마음을 먹어야 할 수 있는 것이 되어버렸다. 지친 육신을 어르고 달래어 신발을 신어야 하고, 더우면 덥다고 추우면 춥다고, 바람이 불면 눈이 시리다고 핑계 거리를 찾기 바쁘니 말이다. 나에게 가장 효과적인 몸과 마음의 정화 활동이 정처없이 걷는 것임을 잘 알면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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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전히 나는 걷는 행위를 사랑한다. 몸에 아무것도 지니지 않고 그저 이어폰과 폰 정도만 주머니에 넣은 채 뚜렷한 목적지도 없이 걷는 것. 평소보다도 더 오래 걷고 싶은 날은 나에게 아주 행복한 날이거나, 혹은 정 반대로 아주 슬픈 날일 가능성이 많지만 둘 중 어떤 경우이든지 간에 걷고 싶은 마음이 닿는 곳까지 더 오래, 더 멀리 걸어보려 한다. 그렇게 걷는 길 위에서, 나는 아마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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