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의 순간들

by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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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자신도 모르게 조금 더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만드는 트리거 같은 것들이 있다. 옷에 박힌 박음질에서 딱 하나 풀어져 나온 실밥이라던가, 제대로 분리수거도 하지 않고 던져 놓은 택배 상자 같은 것들.

나에게도 그런 것들이 여러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누군가의 오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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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하나를 보낼 때에도 다시 한 번 자기 검열을 하는 편이니, 업무상의 문서는 더욱 신중해진다. 실은 좀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차라리 공적인 업무 문서나 메시지보다도 친교의 성격을 띈 텍스트나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의 글에서 오타를 마주하게 될 때에 더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가 급격히 떨어지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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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에는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뭐라고. 내가 아는 누군가의 오타를,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의 실수를.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실망하고, 그 존재에 대한 인상으로 규정해버리는 것인지. 건방지기 짝이 없는 자신에게 자기 반성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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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면 내 인생의 페이지들 군데 군데에서도 내 자신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오타의 순간들이 얼마나 많이 숨어있었을까. 스스로는 훌륭하다며 뿌듯함과 성취감에 취해있었을 그 순간들이, 사실은 얼굴이 화끈거릴만큼 결정적인 오타였을지도 모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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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가 정말로 가져야 할 마음은, 오타를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 다른 이들의 오타를 견디지 못하는 마음 같은것이 아니라, 소소한 오타쯤은 유연하고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넉넉한 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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