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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익숙하고 아는 장소, 아는 길인데도 그 사실이 오히려 긴장을 느슨하게 만들기도 한다. 처음 가는 길에서는 더욱 긴장하고 주의를 기울이게 되므로 사방을 살피면서 운전대를 잡지만, 매일 지나다니는 길에서는 이미 잘 알고 있다는 생각에 가끔은 시선만 앞에 두고서 다른 생각에 멍해지기도 하는 것처럼. 웃기고 슬픈 이야기지만, 실제로 언제 그랬는지도 모르게 집 근처의 동네에서의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의 신호위반이 내가 받은 교통 단속 고지서의 8할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알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내 시야의 범위를 한정지어 버리는 것.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이루어지는 그것이 내 사고의 사각지대를 만들어버린다. 어떤 사람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 섣부른 일반화의 오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귀납적 결론들.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런 편견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서는 안된다고. 늘 열린 마음으로 눈과 마음을 활짝 열고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기대하면서, 정작 나는 어떤 프레임 속에 갇혀있었나.
반대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각지대 속에 교묘하게 쏘옥 숨어버림으로써 주변의 시선과 관심에서 벗어나버리기도 했다. 자발적 고립이기도하고, 비겁한 도망에 가까운 것이기도 했던. 학창시절 체육 시간 피구 시합에서도 늘 코트의 구석 사각지대만을 골라 숨기 바빴던 나였으니.
이제는 나만의 사각지대. 그 범위를 조금씩 줄여가고 싶다. 언제든 다른 이에게 들킬 수 있는, 부서질 수도 있는 지대라는 것을 늘 자각하며 살아가고 싶다. 곤란하고 도망치고 싶은 순간에는 사각지대에 숨어 들어가기 보다는, 용기내어 한 발짝 걸어나와 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