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과 예외

by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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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규칙을 꽤 잘 지키는 편이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미리 해두려고 한다.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것도 좋아하고, 줄을 서야 하는 곳에서는 앞사람과 적당한 간격을 두고 얌전히 기다린다. 굳이 나 하나 때문에 만들어진 질서를 흐트러뜨리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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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하게도 꼭 하나씩 예외가 생긴다.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면서도 어느 날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나가고, 평소에는 일찍 잠드는 사람이 어느 밤에는 보고 싶었던 영화를 끝까지 보고 만다. 계획해둔 산바카라을 건너뛰기도 하고, 반대로 아무 약속도 없는 날에 한참을 걸어 다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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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런 것을 예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그날의 사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나에게도 꽤 많은 예외가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연락은 답장을 미루지 않는 것. 유난히 마음에 드는 바카라은 아껴 읽지 않고 단숨에 읽어버리는 것. 비가 많이 와도 꼭 보고 싶은 전시가 있으면 우산을 챙겨 나가는 것.

규칙보다 예외가 더 분명하게 나를 설명해주는 순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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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요즘은 규칙을 만들 때도 예외 하나쯤은 남겨둔다.

매일 해야 한다고 정해놓은 일도 오늘은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을 만들고, 절대로 사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정말 마음에 들면 한 번쯤은 사준다. 늘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걸 조금씩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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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은 생활을 편리하게 만든다.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미리 정해두면 고민할 일이 줄어든다. 그렇지만 모든 날을 같은 방식으로 통과할 수는 없다.

어떤 날은 규칙보다 사정이 먼저이고, 어떤 순간에는 원칙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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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예외가 생겼다고 해서 꼭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그 예외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날 때가 있다.

평소에는 지키던 규칙 하나를 기꺼이 어기는 순간.

아마 그때의 나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보다 무엇을 위해 한 번쯤 규칙을 깨도 되는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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