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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나는 환승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복잡하다. 같은 역 안에서도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몇 번씩 확인해야 하고, 한참을 걸어 도착한 승강장이 맞는지 또 확인한다. 분명 지하철을 타러 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걷는 일이 더 많아진다.
특히 싫은 건 긴 환승 통로다.
끝이 보이지 않는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빠르게 걸어가는데, 나는 괜히 이 행렬에 잘못 섞여 들어온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환승역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발견할 때가 있다.
사람들이 서로를 거의 보지 않는다는 것.
누군가는 이어폰을 꽂고 있고, 누군가는 휴대전화 화면만 바라본다. 앞사람의 가방을 따라 걷다가 갈림길이 나오면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다. 조금 전까지 같은 줄에 있던 사람인데, 알고 보면 목적지가 전혀 달랐던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누군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각자의 갈림길이 나타났다. 그때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같은 방향으로 걷는 시간이 있었다는 것과 끝까지 같은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으니까.
환승역은 그 사실을 꽤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람들은 잠깐 같은 공간에 머물고, 같은 방향으로 걷고, 같은 열차를 기다린다. 그러다 각자의 노선으로 흩어진다.
나는 여전히 환승역을 좋아하지 않는다.
복잡하고, 오래 걷게 되고, 가끔은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도 헷갈린다.
다만 요즘은 그곳에서 굳이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누군가와 같은 길을 걷다가 헤어지는 것도, 잠시 같은 방향에 있었다가 각자의 길로 돌아가는 것도 그저 그런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열차가 오면 타고, 아니면 조금 더 기다리고.
환승역에서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