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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설정을 둘러보다가 스크린타임을 확인한 적이 있다.
하루 평균 몇 시간.
일주일 동안 몇 번이나 화면을 켰는지.
가장 많이 사용한 앱은 무엇인지.
숫자로 표시된 나의 하루를 한참 들여다봤다. 생각했던 것보다 길기도 했고, 생각보다 짧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총 사용 시간이 아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열어본 앱의 이름들이었다.
별일 없이 눌러본 것들.
잠깐만 보려고 했다가 조금 더 머물렀던 것들.
딱히 볼 것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습관처럼 손이 갔던 것들.
하루를 그렇게 잘게 나누어 놓고 보니 조금 우습기도 했다.
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들여다보면 몇 분짜리 빈틈들이 수없이 쌓여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한 번,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한 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또 한 번. 아주 짧아서 기억에도 남지 않을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들이 모여 하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스크린타임은 참 정직하다.
내가 얼마나 바빴는지는 알려주지 않지만, 내가 틈이 생겼을 때 무엇을 찾았는지는 꽤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요즘은 숫자를 보고서 휴대전화를 덜 써야겠다는 생각보다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심심한 순간마다 무엇을 찾고 있었을까.
잠깐의 빈틈이 생기는 것이 불편했던 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견디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그저 손에 익은 것을 무심코 찾았던 걸까.
오늘도 화면을 켜기 전에 아주 잠깐 멈춰본다.
정말 궁금해서 여는 건지, 그냥 손이 먼저 가는 건지.
그 차이를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스크린타임에 찍히지 않는 시간이 조금 생길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몇 분.
어쩌면 요즘의 나에게는 그런 시간이 조금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