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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연하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런데 막상 어떤 사람을 보고 의연하다고 말하려고 하면 조금 망설여진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모든 일을 견뎌내는 사람을 떠올리기 쉽지만, 내가 생각하는 의연함은 그것과 조금 다르다.
나는 의연한 사람이 꼭 태연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속으로는 꽤 많이 흔들리면서도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 무서운데도 일단 문을 열고 나가는 사람. 속상한 마음을 애써 감추지 않으면서도 그 마음 때문에 하루 전체를 내어주지는 않는 사람.
그런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얼마 전까지 울먹이던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물을 한 잔 마시고 다시 자기 일을 하는 모습. 좋지 않은 소식을 듣고 한동안 말이 없다가도 해야 할 전화를 걸고, 약속된 시간에 맞춰 나가는 모습.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 몫의 하루를 그대로 살아내는 사람들.
그런 사람을 보면 이상하게 오래 바라보게 된다.
대단해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데도 단단하다. 크게 마음먹은 티도 나지 않는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 그게 오히려 의연해 보인다.
생각해보면 나도 가끔 그런 날이 있었다.
아무렇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속상했고, 걱정했고, 별별 생각을 다 했다. 그래도 아침이 되면 씻고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하루가 끝나면 피곤한 몸으로 돌아와 밥을 먹었다. 그리고 다음 날 또 일어났다.
그때는 그저 버틴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도 나름의 의연함이었던 것 같다.
의연하다는 건 어쩌면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느끼는 것을 느끼면서도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앞으로는 조금 흔들려도 괜찮겠다.
마음이 복잡한 날에는 복잡한 얼굴로 살고, 눈물이 날 때는 잠깐 울기도 하면서. 그래도 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하나씩 하고, 저녁이 오면 오늘을 잘 접어두는 것.
그 정도면 충분히 의연하게 살아가는 중이라고, 나는 생각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