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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조금 독특한 습관이 하나 있다. 바로 전화 통화를 하다가 끊는 타이밍을 꽤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은 그만큼 여러가지를 고려하며, 상대방도 역시 나처럼 신중해주기를 바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면, 내가 누군가와의 전화 통화를 하다가 언제 통화를 마무리해야 할 지, 그리고 언제 통화 종료 버튼을 눌러야 할 지 결정하는 것. 그 타이밍을 정하는 것이 나에게는 잔잔한 고민이자 스트레스가 된다.
차라리 통화의 용무가 확실한 목적성 통화라면 용무에 대한 대화가 충족되고 난 후, 적절히 인사를 나누며 통화를 마무리 하면 되니 오히려 편하다. 하지만 그와 달리 친목성 대화가 주를 이루는 통화라면 오히려 그 어려움이 심화된다. 그렇다고 늘 적당한 타이밍에 있지도 않는 급한 볼일을 핑계대며 황급히 통화를 마무리 할 수도 없다. 오히려 상대방 쪽에서 먼저 대화를 적절히 마무리 해 주면 그리 고마울 수가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누가 먼저 전화를 끊을 것인가' 에 대한 것이다. 이상하게도 나는 상대방이 먼저 전화를 뚝 끊어버리는 것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편이다. 왠지 눈 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갑자기 등을 휙 돌리고 쌩한 분위기를 남기며 사라져버리는 것만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먼저 툭 끊어버린다면 내가 상대방에게 그런 느낌을 느끼게 할 것만 같이 섣불리 먼저 끊지도 못하니.
전화기의 빨간 통화 종료 버튼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떼었다를 반복하며 망설인다.
그래서 이제는 도저히 안되겠다. 내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내 나름의 전화 통화 마무리 매뉴얼을 잠정적으로 정해 보았다.
첫째, 용무가 확실한 통화일 경우에는 적절히 내가 먼저 통화 목적 달성 후 마무리를 하며 끊기.
둘째, 안부를 전하거나 친목성 대화가 주를 이루는 통화인 경우에는 나의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되어 대화의 집중도가 급격히 떨어짐이 느껴질 때 적절한 핑계거리를 대거나 에너지 고갈 상태를 여지없이 드러내며 통화의 종료를 유도하기.
셋째,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는 주도권은 통화 상대와 나의 관계에 따라 정하기. 예를들어, 나보다 연장자와의 통화라면 상대방이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끊을 때 까지 기다리기. 그 반대로 친구나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과의 통화라면 내가 먼저 굳게 마음을 먹고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기.
이렇게 나만의 전화 끊기 타이밍, 통화 종료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고 나니 전화 통화가 한결 덜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나는, 참 여전히 사소한 것에도 피곤함을 부여하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또 한 번 내 자신을 알아차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