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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블로그를 개설해서 포스팅을 하면서도 '임시 저장'이라는 기능을 알게 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 것은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워낙 다양한 기능들을 섭렵하는 것에 무관심하기도 하고, 임시 저장보다는 비공개 기능이 더 익숙하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어차피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지 않을 글을 담아 두는 용도라면 포스팅의 비공개 기능과 임시 저장 기능의 차이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기능을 몰랐던 그 간의 세월이 무색하도록 하루에도 몇 개씩 임시 저장글이 늘어간다. 차곡히 쌓여가는 '저장'이라는 단어 옆의 숫자를 보면서 흐뭇한 기분이 들 정도다. 마치 저금통에 어디선가 발견해 둔 동전이나 거스름돈들을 넣어두는 기분처럼. 이런 획기적인 변화는 아마 '비공개'와 '임시 저장' 두 기능의 미묘한 차이를 느끼게 된 후 부터일 것이다.
비공개라 함은, 말 그대로 공개하지 않는 다는 것. 바꾸어 발하면 내가 이 글을 완성하더라도 누군가에게 굳이 보여주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내포한다. 그래서 주로 비공개 버튼을 누르고 쓰기 시작하는 글들은 나조차도 다시 읽어보지 않는 감정의 누설이 목적인 글이거나, 정말 영혼없는 기록용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임시 저장은 다르다. 일단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 글이거나,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언젠가는 세상에 보여질 글임을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글을 쓰는 자세와 마음가짐부터가 조금은 다르다. 누군가에게 읽혀지거나, 하나의 완성된 무언가로 만들어 낼 것이지만 나중으로 미루었다가는 그저 증발되어버릴 것 같은 것들. 혹은 갑자기 쏟아지는 글감들을 일단은 날것의 형태로 저장해두고 차근히 다듬으며 만들어갈 수 있는 원석의 재료들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즈음의 나는 일단 글쓰기 버튼을 누른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라도 흔적을 남겨두고 임시 저장 버튼을 누른다. 한참 뒤에 열어 보았을 때 그 당시의 생생한 원본과 완벽히 일치하지 않을수는 있으나, 아예 증발되어 버리지는 않으니까. 오히려 반대로 시간의 마법으로 더욱 숙성되어 그 때와는 또 다른 시선와 감정으로 풀어낼 수도 있으니까. 다람쥐가 도토리 창고에 도토리를 하나씩 모아가듯. 언제든 꺼낼 수 있는 나만의 주머니 속에 하나 둘 모아가는 재료들. 내 삶의 볼륨을 키워주는 것들. 임시 저장해 둔 나만의 곳간이, 언제나 풍요롭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