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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짜증이 묻어나는 키보드 타건 소리. 상냥한 듯 하지만 감정이 묻어나지 않는 지하철 안내 방송. 창 밖 너머 멀리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빵! 하는 경적소리. 이런 일상 속의 소리들이 보이지 않게 나의 마음 속 한 구석을 갑갑하게 조여오기 시작할 때마다 나는 슬그머니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그리고 유튜브 검색창에 파도 소리, 라고 검색어를 입력한다.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나의 귓가에서는 가상의 바다가 펼쳐진다.
방금 전 까지 현실의 여러 소음들로 가득했던 나의 공간이, 출처를 알 수 없는 어딘가의 파도 소리로 가득 찬다. 당연히 착각에 불과하지만, 그 순간만은 나를 둘러싼 공기가 마치 바닷가의 그것처럼 짭짤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눈을 감으면 그 공기와 분위기가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다.
나의 몸은 내가 있어야 할 이 곳을 벗어날 수 없지만, 나의 작은 의지와 실행으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나만의 바다, 그 곳의 파도소리가 있다. 비록 실제가 아니라면 뭐 어떤가. 오히려 더 편리하고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지 않은가. 일상의 소음과 신경질적인 모든 소리들을 씻어내주는 그 곳. 이 작은 스마트 폰과, 이어폰으로 이어지는 그 곳의 존재가 작은 위안이자 숨구멍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