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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타고난 습성이 하나 있다. 바로 나 외의 누군가와 함께 있는 상황에서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 내가 먼저 상대방의 의중을 묻거나, 나의 대답을 미룬다는 것. 내가 먼저 의중을 묻는 다는 것은 상대에게 결정권을 넘기겠다는 의미가 담긴 행위이다. 예를들어 뭐 먹을래? 라는 물음 뒤에는 니가 먹고 싶은 것으로 골라, 나는 괜찮아 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런 나의 습성은 내딴에는 상대방에 대한 나의 배려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상대방이 더 원하고 만족스러운 쪽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그로 인해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그렇게 하길 잘했다는 자기 위안을 느끼면서.
하지만 나이를 점점 먹어가면서, 그런 나의 습성이 사실은 배려라는 포장 속에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내가 원하는 대로 결정하고 선택함으로 인해 모두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어떡하나. 내가 너무 자기 중심적이었나, 하며 전전긍긍하는 것 보다는 나의 기호를 숨기는 쪽을 택하는 것. 그리고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면서 주위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라는 생각도.
언젠가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나에게 말했던 적이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해주고 싶고, 그로 인해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왜 한 번도 뭘 하고 싶다거나 어디에 가고 싶다거나 뭘 먹고 싶다거나. 그런 말을 해주지 않느냐고 서운한 듯 말했었다. 아마도 솔직하게 일차원적으로 원하는 것 바라는 것을 말하지 않는 내 모습에 거리감을 느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눈치와 배려
그 어딘가의 균형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