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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무엇 시리즈를 딱히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한 때 나에게 인생 영화가 무엇이냐 물어보면 대답하던 영화들 중의 하나가 뷰티 인사이드라는 영화였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다는 것 외에는 큰 기대 없이 보았었다. 하지만 그저 아름다운 풍경 속의 아름다운 배우들의 향연일 거라 생각했던 나의 막연한 예상과는 달리 영화의 내용은 다소 판타지스러웠다.
영화는 매일 자고 일어나면 얼굴도, 나이도, 성별도, 국적도 모두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우연히 만난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데, 그 사람을 계속 만나기 위해 잠들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결국은 버티다 못해 잠이 들게 되고 예외 없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하고 만다.
지극한 주인공의 노력 끝에 그 사실을 여자는 알아차리게 되고, 믿기 어렵지만 결국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그 여자 역시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 사랑은 결코 쉽지 않았다. 매일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매일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연인의 낯선 모습에 적응해야만 하는 현실에 여자는 지쳐간다. 그리고 힘들어하고 지쳐가는 연인의 모습을 보며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다짐한 주인공은 담담히 여자에게 이별을 고한다.
그리고 영화 속 주인공이 매일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잠들기 전 영상의 기록으로 남기며 하는 한 마디가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
우리는 막연히 지금의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을 꿈꾸기도 한다.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새로운 삶. 내가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지만 어쩐지 조금은 더 특별하고 다른 인생이 펼쳐질 것만 같은 기대감. 그런 인생 리뉴얼의 로망을 한번쯤은 꿈꿔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매일 완전히 다른 인격체의 삶으로 매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여간 곤혹스럽지 않으리라. 나의 삶이라는 것이 단순히 나 혼자만의 것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 그리고 나를 둘러싼 많은 환경과 사람들. 인간관계와 내가 속한 집단, 내가 바카라임져야 할 것들.
그렇게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이, 삶의 부피와 무게는 결코 가볍지가 않다.
굳이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매일 자고 일어나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나는 매일 하루만큼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꿈꾼다. 하루만 살기. 내일도, 모레도 나의 삶은 계속 이어지겠지만 하루만큼의 고민과 하루만큼의 무게씩만 견뎌가며 살아가는 것. 나의 의지로 내 삶을 또각또각 조각내어 하루치의 삶만 견디며 살아간다면 인생의 고난과 무게도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며.
그래서, 나는 매일 잠들기 전 눈을 감으며 마음속으로 되뇐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