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읽은 메세지

by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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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휴대폰 속 메시지 앱의 오른쪽 귀퉁이에는 빨간 동그라미 속 숫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자, 당신이 보지 않은 메세지들이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구. 숫자가 커지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조차 없는 단톡방이나 오픈 채팅방은 나도 모르게 나가기 버튼을 누르고만 싶어진다. 그리 교류하는 인간 관계가 많은 것도 아닌 나조차 이렇게 느낄 정도이니, 관계지향형 사람의 휴대폰에는 얼마나 더 큰 숫자들이 늘어나고 있을까.


휴대폰으로 메세지를 주고 받는 것이 아닌 편지로 서신을 주고 받던 시대에는 이런 부채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거라 생각하면 조금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이 불가하다는 불편함이 물론 비교도 안 될 만큼 크겠지만 모든 것이 그러하듯 환경이 변화하면 또 익숙해지는 것이 인간의 습성이니 그럭저럭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겠지, 라는 무바카라임한 상상도 해 보면서.


생각해보면 '못 읽은 메세지'가 아닌 '안 읽은 메세지'라는 표현에서부터 알아차릴 수 있다. 그들은 반갑고 즐거운 메세지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읽지 못한 것이 아니라, 읽을 수 있지만 '읽고 싶지 않으므로 읽지 않은' 메세지.

그래서 '안' 읽은 메세지들. 그들의 존재는 파악했으나, 흐린 눈으로 못 본척 모르는 척 하고 싶은 메세지들.

내가 느끼는 부채감과 피로감은, 그로 인해 비롯된 것임을.


그렇게 나는 오늘도 엄지 손가락으로 수많은 채팅창과 메시지들 사이를 휘휘 오르락 내리락 하며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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