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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나는 관운이 없는 편이었다. 꽤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던 학생이었음에도 수능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재수를 택하게 되었고, 졸업 후 임용 시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억울해 할 틈도 없었다. 무엇을 탓 해보았자 무엇하겠는가. 세상은 결과 값 이외의 과정까지도 친절하게 감안해주지 않는 곳이었으니까. 그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동굴에서 벗어나 원래 가려고 했던 궤도에 다시 오르는 것, 그것만이 합격에 실패한 수험생의 유일한 목표였다.
수험생활이라는 것은 지독하게 고독해져야 하는 것이었다. 합격에 성공한 이들을 바라보면 표적 없는 분노와 원망, 자신에 대한 서글픔만 차올랐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자신에 대한 자바카라과 자괴감으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괴롭히면서도 치열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힘들어도 즐겨야 일류라고 한다면, 나는 삼류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 그 시기를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수직선 중에서 잠시 화살표의 반직선이 멈추었던 지점. 조그만 점을 꾸욱 찍고 난 뒤 다시 새로운 점을 시작으로 나아갔던 지점처럼 느껴진다. 요즘이야 워낙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또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따라 정해진 방법도, 보편적인 경로도 딱히 없지만 그 때는 조금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인생 사이클에서 벗어나도 안쓰러운 눈빛을 견뎌내야 하는 시절이었으니까. 마치 다같이 달려가던 마라톤에서 나 홀로 발을 접지른 채 앞으로 달려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망연자실하며 바라보는 마음이었다.
만약 내가 모두가 달려가는 것처럼 숨 고를 틈도 없이 무작정 차오르는 숨을 버텨 낼 생각만 하며 달리기만 했다면. 인생이라는 길 곁의 다른 풍경들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넘어지는 마음은 어떤 것인지. 아픈 몸과 마음을 스스로 다독이고 추스르며 어떻게 다시 일어나야 하는지. 그리고 나처럼 넘어진 몇 안되는 동지들은 어떤 마음일지 헤아려보는 마음까지도. 그런 것들은 모두 갑작스럽게 맞이하긴 했지만 드문 드문 존재했던 숨 고르는 구간 덕분이 아니었을까.
실패와 멈춤이라고 생각했던 그 시간이, 돌이켜보면 꼭 필요했던 시간.
일종의 휴가라고 생각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