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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는 오답노트를 만드는 걸 유난히 귀찮아했다.
이미 틀린 문제를 왜 또 써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답을 알았으면 된 것 아닌가 싶었다. 같은 문제를 두 번 들여다보는 일은 왠지 손해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오답노트 같은 것은 학교 밖에서 더 많이 만들게 되었다.
이번에는 이렇게 말하면 안 되겠구나.
그 사람은 이런 농담을 좋아하지 않는구나.
나는 생각보다 쉽게 지치는 사람이구나.
누가 알려준 적도 없는데, 삶은 자꾸만 틀린 답을 통해 나를 설명해 준다.
신기한 건 정답은 금세 잊히는데 오답은 오래 남는다는 것이다.
잘했던 일보다 괜히 민망했던 한마디가 더 선명하고, 무난하게 지나간 하루보다 실수했던 하루를 더 자주 떠올린다. 기억은 이상할 정도로 틀린 쪽에 오래 머문다.
그래서 요즘은 오답노트를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틀린 것을 고쳐 적는 노트가 아니라, 내가 아직 잘 모르는 나를 하나씩 알아가는 기록이라고.
돌아보면 지금의 나는 정답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수없이 빗나간 선택들과 예상 밖의 실패들, ‘다음에는 이렇게 해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작은 메모들이 조금씩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사람은 정답을 맞히며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오답노트를 두껍게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