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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해질녘 하늘을 유난히 좋아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올려다보는 하늘인데도, 여름 저녁의 하늘만큼은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퇴근길 신호등 앞에서도, 차에 오르기 전 주차장에서도 한 번쯤은 걸음을 멈추게 된다. 오늘은 어떤 색일까, 하는 기대가 먼저 앞선다.
신기하게도 여름 하늘은 같은 얼굴을 한 적이 없다.
어떤 날은 구름 가장자리가 복숭아처럼 연하게 물들고, 어떤 날은 주홍빛이 하늘을 넓게 번져 마치 누군가 붓으로 몇 번이고 덧칠해 놓은 것 같다. 구름은 한 덩어리씩 제각각 다른 색을 품고 있고, 그 사이로 남아 있는 푸른빛은 조금도 서두르지 않는다.
나는 그 색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다.
사진으로 남겨도 그날의 온도는 담기지 않고, 눈으로 본 주홍빛은 늘 카메라보다 한결 깊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하늘을 만나면 사진을 찍기보다 한참을 올려다볼 때가 더 많다. 금세 사라질 것을 알기에, 눈으로 한 번 더 담아두고 싶어진다.
생각해보면 여름 해질녘은 하루 중 가장 화려한 시간인데도 조금도 요란하지 않다. 누구에게 보여주려 애쓰지 않고, 잠깐 자기 색을 마음껏 펼쳐 보였다가 이내 어둠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그래서 더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마 앞으로도 여름이 오면 나는 습관처럼 하늘을 올려다볼 것이다.
하루가 어땠는지는 잠시 잊고, 오늘의 구름은 어떤 주홍빛을 품고 있는지만 확인하면서.
나에게 여름은 계절의 이름이라기보다, 해질녘 하늘을 기다리는 마음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