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작거리며 살고 싶어

by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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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하나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수만가지의 가상 시나리오를 돌려보고, 예상되는 결과값들을 무한으로 생성해내는 사람. 카페에서 디저트 하나를 고르는 데에도 내 생에 마지막 디저트인 것처럼 심사숙고의 늪에 빠지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나이다. 예쁘게 포장한다면 신중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가감없이 표현한다면 쓸데없이 모든 선택의 무게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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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대한 후회하지 않는 선택, 말하자면 최상의 선택을 위함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 과정 속에서 소모되는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따져 본다면 결코 효율적인 프로세스는 아님이 분명하다. 차라리 본능에 따라 선택하고 난 뒤 운이 좋으면 그 선택이 나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쿨하게 받아들이고 경험치로 적립하는 것이 차라리 삶의 질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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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배우마다, 그리고 극의 캐릭터마다 연기에서 느껴지는 아우라가 참 다양하다는 생각. 어떤 캐릭터나 연기를 볼 때면 그 밀도와 무게가 한 획 한 획 꾹꾹 눌러 쓴 붓글씨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고, 반대로 팔랑팔랑 날아가는 나비처럼. 수면 위를 퐁 퐁 뛰어가는 소금쟁이처럼 흘러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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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모든 순간에서 비장하고 결의에 찬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뻑뻑한 스콘을 입 안 가득 베어물고 씹다가 삼킨 것처럼 숨이 턱 막힌다.

나는 이제 힘들이지 않으면서 가볍게, 자연스럽게. 그렇게 사부작거리며 살고 싶다. 가끔 엉성한 구멍과 틈 사이로 무언가를 놓치기도 하고, 슬렁슬렁 하는 동안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최대한 힘들이지 않고, 기력을 소진하지 않으면서 내 삶을 조그맣게 자주 돌보는 삶.

자꾸만 들여다보고, 만지작거리며. 사부작 사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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