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트

by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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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 영상은 이상하게 본편을 다 본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축구 경기든 공연이든 영화든, 몇 분으로 압축된 장면만 보고도 다 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장 극적인 순간들만 이어 붙여 놓았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 몇 분을 위해 훨씬 긴 시간이 존재한다.


골이 터지기 전까지 이어지는 지루한 패스, 배우가 한마디를 내뱉기 전의 침묵, 공연장의 조명이 켜지기 전까지의 긴 준비. 하이라이트는 혼자서는 만들어질 수 없다. 눈에 띄지 않는 시간들이 뒤에서 오래 버티고 있어야 비로소 성립된다.


생각해 보면 사람도 비슷하다.


우리는 누군가의 하이라이트만 쉽게 만난다. 잘된 순간, 웃고 있는 얼굴, 가장 자신 있는 모습들. 하지만 그 장면을 가능하게 했던 수없이 평범한 시간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은 하이라이트가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도 든다.


너무 빛나는 바람에, 그 빛을 만들었던 평범한 시간들이 모두 지워져 버리는 것 같아서.


나는 오히려 하이라이트가 아닌 장면들을 좋아한다.


결과가 나오기 직전의 망설임, 막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이야기가 끝난 뒤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는 풍경. 아무도 압축하지 않는 시간들 속에서 사람은 더 솔직해진다.


어쩌면 삶은 하이라이트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하이라이트가 되지 못한 시간들로 이루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특별한 장면 하나보다,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를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본다.


나중에 돌아보면, 그런 날들이 가장 긴 이야기가 되어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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