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구래!

by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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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문법에 통달했다거나, 국문법에 대단히 조예가 깊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나는 스스로 맞춤법에 예민한 편에 속한다. 엄청나게 엄격하고 철저히 맞춤법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틀리게 적힌 맞춤법 하나에 상대방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기도,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가령 굳이,를 구지라고 쓴 문장을 읽는다거나 '하자 마자'가 '하자 말자'로 적혀있는 것을 발견한다던가 하는. 그래서 꽤 가까운 사이에서도 초성의 문자를 남발한다거나 노필터의 단어들을 건네는 일은 거의 없다.

뭐 그런 것 하나가지고 까탈스럽게 구느냐고 오히려 나를 예민하게 바라볼지도 모른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나만의 '불편함 트리거' 리스트 하나쯤은 품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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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나 역시 메시지나 글을 쓸 때마다 신경을 쓰게 된다. 이렇게 극히 개인적인 공간에서 대나무숲처럼 혼잣말을 쏟아내는 곳에서는 비교적 덜 한 편이긴 하지만. 스스로 내가 쓴 글에서조차 내가 불편해하는 장면을 발견하는 것이 견딜 수 없달까. 특히 업무상의 메시지나 메일을 쓸 때면 최소 두 번 정도는 검열 후에 스스로 최종 컨펌을 내리고 전송 버튼을 눌러야 마음이 편안 - 해 지는 것이다. (이메일과 업무 메신저에서 '나에게 보내기' 기능을 나만큼 자주 쓰는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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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맞춤법의 자기검열과 타인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나에게도 예외는 있다. 서로 굳이 문장을 다듬지 않아도. 맞춤법 파괴의 단어들을 주고 받아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관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이 충분히 알고 있기에, 오히려 사소한 맞춤법의 실수와 뭉개버린 문법의 파괴가 더 귀엽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그런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의 소통에서는 오히려 나까지 메시지창의 한 바닥을 하나의 초성으로 도배해버리는 탈선을 마음껏 저지르게 된다. 굳이 정돈된 문자로 포장하지 않아도 나는 너의, 너는 나의 마음을 다 알잖아. 우리 서로 어떤 사람인지 다 알고 있잖아. 그런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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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또각또각, 메시지 창에 손가락을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 그래, 구래. 그러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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