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번째 방

by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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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시절,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소꿉놀이였다. 장난감 바구니 가득 담겨있는 여러가지 블럭과 장난감들을 다 그러모아 하나의 구역을 만들고, 여기는 바카라상 여기는 부엌 여기는 침대. 내 마음대로 이리저리 살림을 들이고 공간의 목적을 부여하는 일. 그 모든 것들의 배치와 구성은 나의 기호와 우선순위에 의해 정해졌다.

굳이 물성을 지닌 것으로 공간을 꾸미지 않더라도 상상의 공간을 꾸미는 일은 나에게 가장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무지 연습장에 마치 건축가의 노트처럼 평면도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그려넣고 있으면 어찌나 신이 나던지. 내 마음, 내 노트 속의 공간들은 다 내 것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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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어릴 때부터 '나만의 공간'에 대한 집착 비슷한 것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워낙 예민한 성격이기도 했고, 누구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 시공간속에서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 그것을 가장 평온하고 행복한 순간이라고 느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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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는 감사하게도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는 '내 방'이라는 것이 있긴 했다. 하지만 사실상 온전한 나만의 방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조금만 혼자서 동화바카라이라도 읽으려고 하면 노크도 없이 불쑥 들어와 옆에서 수다를 떠는 엄마. 친척이나 손님이 우리집에 며칠간 머무르게 되면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장 먼저 내어주는 곳이 되어버리는 나의 방. 순도 백프로의 진공상태와도 같은 나만의 공간이라고 하기에는 어쩐지 대문도, 담도 없는 오픈하우스같은 느낌을 지울수가 없는 그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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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하면 외부와 분리될 수 있는 온전한 나만의 방을 만들 수 있을까.

결계를 만들기에는 마력이 없었고, 문을 걸어 잠그고 맞서기에는 치기 어린 반항아처럼 보일까 봐 마음이 쪼그라들던 여린 심성의 내가, 겨우 고안해 낸 방법은 ‘시간차’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 누군가 나를 갑자기 찾아오지도 부르지도 않는 시간. 슬그머니 일어나 바카라상의 스탠드를 켜고 조용히 이어폰을 귀에 꽂는 순간, 나는 오롯이 나만의 공간을 부여받았다. 문을 닫아걸어도 사춘기 소녀의 반항으로 오해받지 않고, 누구도 내 공상과 감성을 방해하지 않는 시간. 그 새벽 속에서 비로소 나는 나의 첫 번째 방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내밀한 시공간 속에서, 지금의 나를 이루는 고유한 색깔들이 차곡차곡 쌓여왔음을 직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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