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난히 마중을 나가고 싶은 날이 있다.
꼭 누군가를 만나기로 한 날이 아니어도 그렇다. 집 앞 골목까지만 나가 보고 싶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하고 싶어진다. 누군가를 기다린다기보다, 오늘이라는 하루를 먼저 맞이하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
생각해보면 마중은 꽤 다정한 행동이다.
상대가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도록 시간을 조금 앞당겨 내어주는 일. 내 걸음을 조금 먼저 시작하는 일. 그 짧은 거리 안에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보다 더 큰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런데 우리는 다른 사람은 종종 마중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기다려 준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늘 다음 일정에 쫓기고, 해야 할 일들에 밀려 마음은 뒤처진 채 몸만 먼저 도착해 있는 날들이 많았다. 그래서 가끔은 하루가 끝난 뒤에도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요즘은 문득 그런 상상을 한다.
혹시 나도 나를 마중 나갈 수 있다면 어떨까.
조금 일찍 걸음을 옮겨, 조급한 마음이 따라올 시간을 벌어주고. 오늘의 내가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서둘러 기다려주는 사람처럼.
그러면 하루는 조금 다른 얼굴을 하고 시작되지 않을까.
마중은 누군가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나를 향한 가장 다정한 준비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이유 없이 조금 일찍 집을 나서기로 한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뒤늦게 따라오고 있을 내 마음을 마중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