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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낯선 사람에게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라고 물어본 적이 있을까. 물론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으니 그런 경험을 해 본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만, 일단 아직까지 나는 단 한번도 없다. 아마 거의 100퍼센트의 확률로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낯선 사람에게 이름을 물어 볼 만큼의 넉살도 배짱도 없거니와,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그리 많지 않은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꽃은 조금 다르다. 지갑형 폰케이스를 활짝 열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서는 열심히 휴대폰 카메라 액정 속에 꽃의 모습을 담는 어르신들. 그 모습이 어쩐지 친숙하게 느껴지는 나는, 이름모를 꽃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다. 비슷한 듯 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그 빛깔과 모양이 신기하고, 자꾸만 기록하고 싶은 마음. 휴대폰 사진 앨범 속에 꽃 사진의 지분이 많아질수록 나이를 먹어가는 증거라는데, 나는 어렸을 때부터 쭉 그랬다. 오히려 사람이 찍힌 사진보다 꽃이나 풍경 사진의 지분이 월등하게 높았던 사람.
왜 '누군가'에 대해 궁금해하기 보다는 길가에 핀 이름모를 꽃의 이름이 더 궁금했을까. 어떤 존재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함은 때때로 실망감을 안겨주지만, 자연에 대한 나의 일방적인 호기심은 딱히 그럴 경우의 수가 존재하지 않는다. 기대할 것도 실망할 것도 없이, 나의 순수한 관심과 애정의 마음이기에 더 망설임없고 거침없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딱히 상대의 반응을 우려할 필요도 없는, 문자 그대로의 짝사랑.
가끔은 그런 무모하고 일방적인 애정의 마음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처음 보는 꽃의 이름을 묻고, 궁금해하듯 누군가에게 거침없이 돌진할 수 있다면. 조금 이기적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관심과 애정을 숨기지 않으며 내가 겪게 될 지도 모를 실망과 상처의 순간들을 두려워하지 않을 채로. 단순한 애정을 품고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치기를 지닐 수 있을까. 아마도 이번생은 불가능이라 고개를 저으며, 또 어디선가 이름모를 꽃을 향해 나는 소리없이 묻고 있겠지. '너는 이름이 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