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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릴레이를 싫어하는 아이였다. 가장 단순한 이유를 꼽자면 나는 정말이지 달리기에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나 혼자만의 부끄러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민폐가 될 수 있다는 것까지 더해져 더더욱 싫어할 수 밖에 없었달까. 게다가 내가 달리는 순간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는 것조차 극내향인에게는 고문같은 일이었다.
자연히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면서 '달리기'로써의 릴레이를 하게 될 일은 없었다. 하지만 또 다른 카테고리에서의 릴레이들은 모양만 달리하여 나타나기도 했다. 내가 마중물이 되어서 해결한 뒤, 다음의 누군가에게 건네주어야 할 일들. 많은 사람들을 거쳐 나에게 주어진 이 일을 내 손으로 무사히 잘 마무리하고 해결해야 하는 상황들. 모두 숨이 턱까지 차오를만큼 달리며 이루어지는 릴레이의 또다른 모습들이었다.
첫 주자가 시작을 잘 해야 다음 주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부담감. 내가 잘 해내야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으리라는 걱정과 압박감. 이런 마음들이 릴레이에 임하는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여러 사람과 함께 무언가를 향해 달려나간다는 것은, 나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지고 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아닌가. 내가 좀 서툴고 넘어지고 실수하더라도, 나의 뒤를 이어 달려줄 누군가가 나의 실수를 만회해 줄 수 있다는 것. 반대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기대의 눈빛을 마음에 담아 다른 사람들의 부진을 내가 최선을 다해 회복해 보겠다는 의지.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연대와 끈끈한 믿음이 차곡히 쌓여갈 수 있다.
함께 달린다는 건,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나는 당신들을, 당신들은 나를 힘껏 믿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 믿음의 힘으로 우리는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