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을 먹는 시간

by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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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독한 아침형 인간이다. 아니, 아침형인간이라기 보다는 새벽형 인간에 가깝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해야만 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었고, 또 그게 익숙해져서인지 나의 성향에 잘 맞는것 같기도 하다. 내가 한 일은 하루를 조금 더 일찍 일어나 시작하는 것 밖에 없는데, 이미 일찍 일어난 순간부터 스스로가 아주 건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을 이미 장착하고서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든달까.

자존감과 자아성취감 수치를 절반 이상은 디폴트로 채우고 시작하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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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연장선에서 나에게 아침밥을 먹는 시간은 꽤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만큼 공을 들여 오랜 시간동안 많이 먹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출근 준비만 해도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아침시간에 무슨 소리냐며 어이없어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가 직접 챙겨야 할 남편도, 자식도 없으며 오직 나 하나만 잘 돌보면 되는 특수한 상황이기에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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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자마자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을 1:1의 비율로 섞어 미지근한 차를 만들고, 생존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먹어야 하는 약들을 삼키고. 내가 자는 동안 지구 반대편에서 이루어졌던 세상의 소식들을 라이브 뉴스 방송으로 들으며 산바카라을 하고. 좋아하는 과일들을 종류별로 또각또각 깎아, 접시에 그득히 담는다. 포크로 하나 하나씩 집어 입에 넣고서 오물거리며 바카라 읽는 아침 독서시간. 접시를 다 비우는 순간이, 그 날 아침 독서의 종료 시점이다. 왠지 저작활동과 동시에 바카라을 읽는 것이 더 집중도를 높여주는 것만 같다. 아, 물론 나의 주관적인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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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침 독서를 마치고나면 본식을 준비한다. 유리위장 사람의 아침은 그리 거창할 것이라고는 없지만, 엄마가 챙겨주신 제철 채소로 만든 반찬들과 푹 삶고 익힌 것들로 뜨끈한 것들을 배 속에 조금씩 채워넣고 나면 왠지 몇 킬로미터는 달린 차의 엔진처럼 뜨끈한 열이 차오른다. 하루를 달려나갈 몸의 엔진이 어느정도 예열된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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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매일 반복되는 아침밥의 시간. 누군가는 쓸데없이 길고, 번거롭다고 여길 이 시간이 나에게는 어쩌면 나의 하루를, 인생을 버텨내며 살아낼 수 있게 하는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고되고, 서럽고, 뒷통수를 치는 일들이 교통사고처럼 닥쳐도 매일 반복되는 이 리츄얼이 나를 무너지지 않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루를 시작하는 그 시작점에서, 고된 하루의 풍파를 이겨낼 수 있도록 스스로를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채워주는 의식처럼. 자, 이제 잘 충전했으니 오늘 하루도 잘 버텨봐 - 라는 자기충전의 시간.

그 시간 덕분에, 하루살이처럼 하루씩만 버텨가는 이 세상살이도 그럭저럭 잘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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