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쓰지 않은 기능

by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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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를 바꿀 때마다 비슷한 생각을 한다.


분명 이전보다 훨씬 좋아진 기기라는데, 정작 내가 사용하는 기능은 늘 비슷하다. 전화와 메시지, 사진 몇 장, 가끔 음악을 듣는 정도. 설명서를 펼쳐보면 처음 보는 기능들이 수십 개는 되는데, 대부분은 한 번도 눌러보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간다.


신기한 일이다.


내 손안에 있는데도 끝내 사용하지 않는 것들. 존재는 알고 있지만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지나쳐 버리는 것들.


문득 사람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살아오면서 내가 사용해 본 모습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익숙한 성격, 반복되는 선택, 늘 비슷한 반응들. 마치 자주 쓰는 앱 몇 개만 실행하듯, 우리는 자기 안의 일부만 꺼내 쓰며 살아가는 것 같다.


어쩌면 아직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기능들이 내 안에도 남아 있을지 모른다. 생각보다 용감한 모습이라든가, 의외로 끈질긴 면이라든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에서는 한 번도 호출되지 않았지만, 어떤 순간이 오면 비로소 작동하게 될 가능성들.


그래서 가끔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그들은 무언가를 배우는 동시에 자신 안에 있던 기능 하나를 처음 실행해 보는 것처럼 보인다. 존재는 했지만 몰랐던 능력과 감각을 발견하면서.


생각해보면 삶은 자신을 완성하는 과정이라기보다, 자신을 하나씩 열어보는 과정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아직 사용하지 않은 기능이 있다는 사실은 어쩐지 위안이 된다.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전부는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니까.


그래서 오늘도 조금은 기대해 본다.


언젠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한 번도 써보지 않았던 나의 어떤 기능이 조용히 켜질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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