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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라면을 마지막으로 끓여 본 것이 언제였던가. 사실 라면을 먹은 기억도 가물할 정도이니, 끓여본 기억은 더 아득하게 느껴진다. 언제부터인가 라면이 건강한 음식의 정반대의 카테고리 음식처럼 인식된 후로는 라면을 직접 구입해본 적도, 집에서 라면을 구경조차 해 본적이 없다. 밀가루, 튀긴 음식, 자극적인 음식을 점점 더 소화해내지 못하는 몸뚱이가 된 후로는 자연히 그렇게 되어버린 것 같다.
그렇다고 라면에 대한 경험이나 추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즐겨먹지는 않았더라도 현시점에서 편의점 삼각김밥이나 단백질바같이 접근성이 우수하고 간편히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메뉴는 뭐니뭐니해도 라면이니까. 그리고 누구의 기억속 한 컷쯤은 품고 있을 그 장면. 정신없는 대학시절 엠티의 마무리는 마지막 날 아침 해장으로 보글보글 끓여지는 라면의 얼큰한 국물이니까.
곰곰이 기억을 떠올려 본다. 라면을 끓이며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너무나 단순하지만, 아마도 그 순간 온 우주의 기운을 그러모아 이 라면이 맛있게 끓여지기만을 바랐던 것 같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 라면을 먹는 대상이 맛있게 먹어주었으면 하는 마음. 그 대상이 나였을 때도 있었고, 내가 라면을 끓여 건네주었을 누군가들이 되기도 했다.
흔하고 손쉬운 메뉴이지만, 은근히 개인 취향이 많이 반영되는 메뉴. 누군가는 물이 거의 없이 졸여진 라면을, 누군가는 한강처럼 국물에 면이 다 잠긴 라면을. 누군가는 꼬들한 면을, 누군가는 푹 익힌 면을. 하다못해 아무것도 넣지 않은 순정파 라면을 선호하는 사람과 달걀, 만두, 떡 등 다양한 토핑을 넣어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 라면이라는 바탕에 더해지는 수많은 옵션들은 그 사람의 취향과 호오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라면을 끓이는 시간은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 너, 그리고 그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고 기대하는 시간.
돌이켜보면, 그 마음이 참 귀엽고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