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by휴운

*

인터넷 브라우저의 즐겨찾기 목록을 정리하다가 문득 웃음이 났다.


언젠가 꼭 읽어야지 하며 저장해 둔 글들, 나중에 가봐야지 하고 아껴둔 장소들, 한 번쯤 사볼까 싶었던 물건들. 그렇게 모아둔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다시 들어가 본 페이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필요해서 저장한 것이 아니라 잊고 싶지 않아서 저장한 것인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마음에도 비슷한 즐겨찾기 목록이 있는 것 같다.


우연히 들른 골목의 풍경, 버스 창가에 앉아 바라봤던 저녁 하늘, 누군가 무심코 건넨 말 한마디. 특별히 중요하지는 않지만 왠지 지우고 싶지 않은 순간들. 그런 기억들은 자꾸만 마음 한편에 저장된다.


신기한 건, 시간이 흐를수록 큰 사건보다 그런 사소한 장면들이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이다. 어디를 여행했는지는 흐릿해져도 그날 맡았던 냄새는 기억나고,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잊었는데 함께 웃었던 순간만 선명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마음속 즐겨찾기 목록을 들여다본다. 특별한 목적은 없다. 다만 내가 무엇을 좋아하며 살아왔는지, 어떤 순간들에 오래 머물렀는지를 확인하고 싶어서다.


아마 사람은 기억으로 만들어지는 존재일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의 대부분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차마 삭제하지 못한 작은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삶이란 결국 자신만의 즐겨찾기 목록을 하나씩 늘려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훔친 차를 모는 것처럼, 거침없이 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