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렸을 때 지녔던 조금 독특한 습관을 떠올려보자면 무언가 엉키어 있는 것들을 내버려두지 못했다. 이리저리 얽히고 섥혀 중간 중간 매듭까지 생겨버린 것들을 보면 다른 곳에서는 딱히 잘 발현되지 않는 도전 의식이 샘솟는 것이었다. 내가 이 헝클어진 것들을 풀어버리고 말겠다, 는 의지. 실제로 몇 시간이고 앉은 자리에서 눈을 꿈뻑이며 끝끝내 원래의 상태로 풀어냈을 때의 성취감과 희열은 들인 노력과 시간에 비례하여 크게 느껴지기는 했다. 나, 마음먹고 집중하면 해낼 수 있는 사람이야! 라는 뿌듯함.
하지만 고백하건데, 이제는 어렸을 때의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생태학적으로는 이제 무언가 조그만 것을 그렇게 집중해서 오래 보고 있자면 눈이 침침하고 뻑뻑해져서 불가능해졌음이다. 그리고 일상과 현생에서도 이리저리 눈에 보이지 않게 꼬여버린 매듭같은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는데 물리적으로 꼬여 있는 매듭까지 에너지를 쏟아가면서 풀어내고 싶은 마음과 여유가 생기지 않음이다. 오히려 매듭 덩어리를 가위로 숭덩 잘라내어 손가락으로 꼬깃꼬깃 뭉쳐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랄까. 사소하게는 아무데나 쑤셔넣어버린 탓에 꼬여버린 목걸이 줄부터 의도치 않게 이리저리 꼬여버린 인간관계들까지. 찬찬히 집중해서 풀어내기보다는 그냥 아 몰라, 하며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면 매듭이라는 것은 반드시 풀어내야 할 것이기도, 그것이 불가하다면 냉정하게 잘라내거나 더 꼬이지 않게 단정한 매듭으로 정리하며 맺어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풀어내야 할 매듭인지, 내가 바카라임지고 끝맺음을 해야 할 매듭인지는 나의 판단에 맡겨야 할 일이다.
그 판단을 부디 현명히 잘 해낼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