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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조금씩은 공백 포비아를 지니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오가던 대화 속에 맞닥뜨리게 되는 침묵. 마트의 진열대에서 누군가가 물건 하나를 쏙 빼어 쇼핑 카트에 담았을 때, 그 빈자리를 정돈하고 싶은 마음. 복작한 버스 안보다, 기사님과 나 단 둘만 남겨진 텅 빈 적막한 버스 안이 숨막히게 느껴지기도 하는. 그런 무언가의 틈 속에 남겨진 빈 공간을 발견할 때, 혹은 내가 그 공백 속에 존재할 때. 알 수 없는 불안과 불편함이 싹튼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빡빡한 일정 사이에서 예상치 못하게 주어진 조그만 빈 틈은 나를 살려주는 숨구멍이 되기도 한다. 무작정 달려오던 일상의 흐름 속에서, 잠깐의 브레이크를 밟고 멈추었을 때. 비자발적이든, 자발적이든간에 나를 한 숨 쉬어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공백 또한 존재한다.
언뜻 보면 전자와 후자의 공백은 전혀 다른 의미인 듯 보인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공백이란 나에게 '알아차림'이었다. 내가 지금 내 삶에서 채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반대로 지금 내가 비워내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아무것도 없는 비움의 상태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아차릴 수 있게 되는 것들.
그래서 이제는 의식적으로라도 내 삶의 군데 군데 '공백'이라는 구멍을 뚫어보려 한다. 관성적으로 흘러가는 인생 속에서 마주하는 텅 빈 공간이 던지는 물음표. 나는 지금 이 공백을 채우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비워두고 싶은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면서. 그렇게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다보면 좀 더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