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보다는 고집

by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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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렇게 하자. 나는 어떻게 해도 괜찮아. 상관 없어.

여럿이 모여 무언가를 의논하거나 결정해야 할 때, 나는 어김없이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 어떻게 해도 괜찮다니. 분명히 내가 원하는 방식, 생각하는 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동화된 출력값처럼 나도 모르게 저 말들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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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나의 의견을 말했을 때 어떤 반응들이 나올까. 혹여 나의 주관과 의견을 내세우는 일이, 갈등의 씨앗이 되지는 않을까. 갈등으로 인한 정신적 에너지 소모와 불편함을 극도로 꺼리는 나에게는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다수의 결정에 나의 생각을 숨기는 일이 오히려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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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는 말, 상관없다는 말이 그 사람의 의견값을 0으로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나이를 먹어가며 깨닫게 된다. 괜찮다는 것이 배려의 의미가 아니라, 그 사람의 주관없음 또는 무개성함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잔인하고도 슬픈 사실이지만 세상은 날카롭고 또렷한 사람을 불편해하면서도 동시에 더 배려하고 의식하기도 한다는 걸. 한마디로 다 괜찮아 사람은 곧 만만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렇게 길고도 어렵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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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제는 가끔식 의식적으로 노력해보기도 한다. 불편하고 따끔거리는 마음을 꿀꺽 삼키면서, 조심스럽게 내 주관을 꺼내어보는 연습.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동물인지라 그렇다고 드라마에서처럼 쿨하게 눈하나 깜짝하지 않으며 내 의견을 툭 뱉어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음, 괜찮아 상관없어 라는 말이라도 하지 않아보기로.

내 마음을 속이는 거짓보다는, 뾰족함으로 긁히고 불편하더라도 나의 고집 한 토막 정도는 지키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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