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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를 실제로 본 적은 몇 번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익숙한 물건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 바람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가만히 서 있는 것 같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바람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존재.
나는 종종 내 마음의 풍향계를 놓치고 산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피곤해져 있고, 별일 아니라고 넘겼는데 자꾸만 같은 장면이 떠오를 때가 있다. 마음은 이미 방향을 틀고 있었는데, 정작 나는 한참 뒤에야 그 사실을 알아차린다.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고, 표정이 먼저 달라지고, 말투가 먼저 변하는데도 말이다.
신기하게도 마음은 늘 바람보다 늦게 발견된다. 이미 한참 불어온 뒤에야 아, 이런 방향으로 흔들리고 있었구나 하고 깨닫는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지금 내 안에는 어떤 바람이 불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서다. 설레는 쪽인지, 지친 쪽인지. 아니면 아무 바람도 없이 고요한 상태인지.
풍향계가 바람을 만들지는 못하듯, 마음도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움직여주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의 상태를 알려줄 뿐이다.
생각해보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일인지 모른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조차, 적어도 내가 어느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는 알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