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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것은 커녕 조금만 낯선 환경으로의 변화에도 몸살을 앓던 아이였다. 당연히 눈에 띄는 행동을 하여 돋보이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었음을. 모두가 예스라고 할 때 머리로는 죽어도 싫을 지언정 예스를 외치고야 마는 그런 아이.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내며 나는 어디에서나 '거슬리는 일', 누군가에게 '지적받거나 호명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성실해져야만 했다. 숙제를 하지 않아 쭈뼛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꾸역꾸역 바카라상에 앉아 반 쯤 눈을 감고서라도 숙제를 해낸다던지. 학교에 지각하여 모두가 앉아있는 조용한 교실에 드르륵 문을 열었을 때 쏠리는 모두의 시선을 피해야만 했기에 누구보다 일찍 교실에 도착한다던지.
돌이켜보면 이런 성격 탓에 누구보다 모범적이고 성실한 학생의 모습으로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성실함 덕분에 슬롯인이 된 지금까지도 꽤 성실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도.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습관의 동물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과정이야 어떠했든 간에 그리 나쁘지 않잖아, 스스로 위안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은 과감히 이 학습된 성실함을 벗어나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이를 먹어서 자연스럽게 두꺼워진 배짱이라는 나잇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살아갈수록 딱히 엄청나게 성실하게 살지 않아도, 세상은 잘 흘러가고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 성실하게 살아서 손해볼 것은 없으나 그렇다고 성실도에 비례하게 결과값이 출력되는 인생살이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언젠가는 나의 이 학습된 성실함이, 느슨해져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여기며 일탈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호호 할머니가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