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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의 존재로도 넘치도록 벅차게 느끼는 유약한 성정인지라 무언가를 키우는 일에 큰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다. 흔히 한번쯤은 키워보는 강아지, 고양이 등의 비교적 보편적인 애완동물을 키워 본 적도 없으니. 하지만 유일하게 '키우는 기쁨'을 느끼는 대상은 식물인 것 같다. 잘 분재된 화분보다는 직접 화단이나 화분에 씨앗을 심어 싹을 틔우는 일을 좋아했다.
그 딱딱하고 조그만 알맹이 위에 흙을 솔솔 덮고 촉촉하게 물을 주는 두근거림. 언제 씨앗에서 싹이 틀지, 아니면 싹은 커녕 흙 속에 묻힌 채로 영영 자취를 감추어버릴지. 알 수 없는 운명에 기대를 걸고서 아침마다 씨앗이 심어진 자리를 살피는 일. 그러다 거짓말처럼 갈라진 고동빛 껍질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민 새싹을 볼 때면 왠지 주바카라맞게 마음이 울렁거렸다. 이 세상에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과정과 순간을, 나라는 존재가 목도하는 순간의 감동이란.
매일 물을 주고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시들어가는 잎은 없는지. 안색이 아닌 잎색을 살피는 일은 말 그대로 꾸준한 관심이다. 내가 마음을 두고 있는 대상이, 좀 더 건강하고 좋은 모습으로 있어주었으면 하는 바람. 세계 제일의 무언가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 더 싱그럽고 단단하게 자라났으면 하는 마음이 자꾸만 그 대상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마음을 두게 한다.
가꾸는 마음이라는 것이 그렇다. 식물이든, 내가 아끼는 사람이든, 내 자신이든.
진심을 담아 바르고 고운 마음을 쏟는 일. 방치하지 않고, 눈길 한 번 더 주고, 따뜻하게 다독이며 더 많이 자주 보살피는 일. 그 갸륵하고 우직한 가꿈의 마음이, 나와 나의 주변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