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

by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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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를 할 때마다 늘 비슷한 생각을 한다. 인간은 참 많은 것을 버리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 다 먹고 남은 플라스틱 용기 하나를 헹궈내기 위해 싱크대 앞에 서 있다 보면, 내가 하루 동안 소비한 것들의 흔적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생수병의 라벨을 뜯고, 택배 상자의 테이프를 떼어내고, 종이와 비닐을 구분해 쌓아두는 일련의 과정들은 묘하게 생활의 민낯처럼 느껴진다.


예전에는 분리수거를 꽤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대충 한 봉투에 담아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 때도 있었다. 사실 눈 딱 감고 모른 척해버리면 그 순간만큼은 훨씬 간편해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마구 섞어 버린 날이면 마음 한구석도 함께 어질러진 기분이 든다. 별것 아닌 일인데도 생활의 작은 질서 하나가 무너진 느낌이랄까.


가끔은 사람의 마음에도 분리수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 동안 들러붙은 감정들을 제때 정리하지 않으면 금세 뒤엉켜 버리기 때문이다. 서운했던 말, 괜히 신경 쓰였던 표정, 이미 지나가 버린 장면들까지 한곳에 마구 쌓아두다 보면 무엇 때문에 마음이 무거운 건지조차 알 수 없어진다. 그래서 어떤 감정은 흘려보내고, 어떤 기억은 오래 남겨두고, 또 어떤 마음은 깨끗이 비워내야 한다.


생각해보면 분리수거라는 건 단순히 버리는 행위가 아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떠나보낼지 선택하는 일에 더 가깝다. 다시 쓰일 수 있는 것들을 가려내듯, 내 안에서도 아직 유효한 마음들을 조용히 골라내는 과정.


늦은 밤 분리수거장을 다녀오는 길이면 묘한 후련함이 남는다. 두 손은 가벼워졌는데 이상하게 마음까지 조금 비워진 기분이 든다. 아마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무언가를 쌓아가는 동시에, 또 꾸준히 덜어내야만 하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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